토지별도등기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이유

평범한 사람들은 살면서 한번도 들어보기 어려운 단어일 것이 분명한 토지별도등기.

 

2004년 우연치않게 생애 최초로 남편과 공동명의로 구입한 아파트가 건설사부도->시행사부도 로 인해

잔금치르고 입주하자마자 우리 아파트는 바로 그 토지별도등기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잔금 처리 후 건물과 토지 모두 소유권은 넘어왔으나, 토지에는 별도로 근저당이 설정되어 남아있는 것.

물론 이 근저당에 대한 채권-채무관계는 나와 관계없는 시행사 - 금융기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총 140세대 정도의 나홀로아파트에 이 문제가 생긴 건 약 40여 가구.

200세대가 안되는 아파트라 잔금을 다 치른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보장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시행사 부도후 입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인 보증보험 등도 150세대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거라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최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와 남편은 32살.

입주자 대부분은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그리고 우리랑 비슷한 나이들 부부 몇몇

 

당시 이 토지는 OO은행1순위, OOO금고2순위, OO저축은행3순위로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었고,

근저당액수(채권최고액)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원금은 얼마 안남았다고 했지만... 원금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분위기는 세대당 1~2천 정도 내면 해결될 거다. 돈 내고 해결하자 와 버티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돈 못내겠다 파가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 

대부분 추가 분담은 하기 싫으니 은근슬쩍 버텨보자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평생 이 아파트에 살겠다. 돈은 절대 낼 수 없다.

라는 분들이 많아 대책위도 구성하고 했지만... 이래저래 2년이 넘었고 지지부진 진행이 없었다.

 

그러던 중 부동산을 하시던 입주자 중 한 분이 재건축아파트니 기존 토지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자고 하여, 대부분 (약 20여명?) 이에 동참하기로 하였고

우리도 내용을 잘 모르고 일단은 대세에 따르기로 하고 소송에 동참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지하게도 2년 여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소송 내용 하나 모르고 진행사항도 잘 모르고 내라는 돈만 열심히 내고 있다가,

갑자기 판결 1주일 전이라고 소집하여 나가보니 무슨 종이를 나눠주는 게 아닌가? 

내용을 보니, 소송 내용이 바뀌었다 하는 페이지가 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얼핏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송사 내용이다. 근데 이 때도 최초 소송내역은 모름.(끝까지 모름..)

 

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송이냐 하고 물어보았다.

앞에서 진행하시던 대표 분. 변호사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는데 난 이해가 여전히 안간다.

이해가 안간다고 따지고 드니 매우 곤란해 하신다. 알아보고 전화해 주시겠단다.

참석한 분들 중 절반 정도는 내 말을 주의해서 듣는 것 같고 나머지 분들은 저 여자가 무슨 소릴? 하시는 듯.

 

게다가 나눠준 종이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리했다고 하는 토지별도등기 세대와 근저당 금액 정리한 것이 완전 엉망이었다. 학부때 회계사 준비를 하겠다고 해서 숫자 놀이를 좀 해본 터라... 말도 안되는 계산을 보니 너무 너무 황당했다.

 

그 때 깨달았다.

법은 잠자는 자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데, 나는 소송을 하면서도 잠자고 있었구나.

소송을 하고 있는 주제에 내가 하는 소송 내용도 모르고 있는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용을 알았으면, 절대로 참가 하지 않았을 소송이었다. 

그리고 내 일은 누구도 내 일처럼 해주지 않는 다는 것도 역시 진리였다.

돈받고 하는 변호사도 저리 엉망으로 해 놓는데...

 

결국 총대를 메어 보기로 결정하다.

4년이 지나 세상물을 좀 더 먹고 머리가 돌아가는 터라... 해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