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프로젝트 #01] 집을 짓게 된 이유
내가 살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망인 것 같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집을 짓고 살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중에 나는 이런 집을 짓고 살아야지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집을 짓는다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상가 주택을 짓는 것 보다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 어디 쯤에 별장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고 집을 지은 지금도 그러한 마음이 더 크긴 합니다.
집을 짓게 된 것은 사실 소망이라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였습니다. 낭만이 아니라 현실때문이었죠. 맞벌이를 하느라 친정부모님과 아들 둘과 함께 살다보니 집이 너무 좁고 답답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곳 서촌에 들어와 살계된 이유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안되는 동네 - 입주했던 나홀로 아파트가 완공 후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잔금을 다 내고도 토지별도등기라는 상황이 발생했고, 몇 년간 마음 고생과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하고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대위변제를 하고서야 완전한 내소유가 되었던 터라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동네에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교통편 좋은 곳 - 직장이 강남에 있고 외근 및 출장이 잦은터라 서울 시내 및 경기도 북부, 남부 모두 가기 편한 동네, 그러면서도 상업지역이기 보다는 주거지역인 장소를 찾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주말부부이다 보니 남편과 내가 이동하기 편리한 곳.
그러다가 어렸을 때 어린이도서관에 오기 위해 종종 왔던 사직동이 떠올랐고 남편과 같이 몇 번 놀러왔다가, 20여 년 전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던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 덜컥 17.5평짜리 낡은 이층집을 사들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제가 어릴 때 부터 나중에 나이들면 이 동네에 와서 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는데 그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긴 합니다.
수 년의 시간이 지나서 토지별도등기가 걸렸던 아파트 문제는 직접 발로 뛰어 간신히 해결했고, 아이들이 자라고, 애들 중학교 입학 전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첫집을 떠나 17.75평/건평 30평짜리 이층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 몇 년의 시간을 더 보내고 아이들은 초등에서 중학생으로 자라났고 자기들만의 공간을 원하기 시작했죠.
기존의 집은 일층에 방과 거실, 부엌, 그리고 이층에 방은 세 개가 있었지만 각 방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7.75평을 거의 꽉 채워 이층으로 올린 집인데, 처음에 10평도 안되는 작은 집으로 시작해 마당과 수돗가가 있던 공간을 방과 부엌으로 확장하고 여기에 다시 옥탑방을 만들고 그 옥탑방을 다시 확장하여 이층까지 꽉 채워서 지은 집이라 말 그대로 얼기설기 지어져 있었습니다. 벽도 삐뜨름하게 되어 있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지어져 있었습니다. 천정이 너무 낮아 키 170cm인 내가 팔을 뻗으면 천정에 손이 넉넉히 닫는 지경이었죠.
당연히 단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름에는 한증막이 되었고 겨울에는 냉골이었죠. 추위와 더위를 많이 타는 우리집 식구들(특히 부모님) 특성 상 전기요금은 평균 2~30만원, 겨울 도시가스 요금도 40~50만원이 나오는 판이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안나가는 대신 각종 공과금이 엄청 났습니다.
집을 팔거나 세를 주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던지 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살다 보니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무너무 살기 좋은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집을 팔고 근처의 방 네 개 이상의 빌라나 단독으로 옮겨가거나 아니면 독립문쪽의 40평대의 방 네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거나 하는 게 낫지 않을까를 고민했지만, 그 어느 것도 마음에 꼭 드는 방안이 없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이사 들어올 때에 비해 집값이 너무나 올라 어느 방안을 택하더도 큰 대출을 내야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동네는 오래된 집들이 많다 보니 내부 구조나 건물 상태로 그리 좋지 못한 집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이 집에 처음 들어올 때 수천만원을 들여 단열 보강가고 수리해서 들어왔지만 단열 문제나 기타 문제가 계속 남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구요.
때문에 처음부터 잘못지어진 집을 수리해서 사는 건 아니다.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집을 짓는 거나 이사 가는 거나 거의 비슷한 비용이 들것 같다는 생각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우리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집을 직접 짓는 게 낫겠다 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집을 새로 짓는 다는 건 여러 가지 생각했던 것들 중에 가장 마지막 선택지였습니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었고 또 주변에서 자기가 지은 집에서는 못산다. 집 짓고 나면 10년 늙는다 등등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을 짓자 라는 최종 결정을 내린데에는 남편의 직업이 큰 몫을 했습니다. 직업상 직접 공사를 감독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집을 다 짓고 나서 보니 큰 문제 없이 집을 지었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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